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사교육비 0원으로 S대 간 썰 -1-

by 멀티84 2024. 6. 27.

 

 

일단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변호사가 되어라.”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지 초등학생이 묻자

 

워렌 버핏이 한 대답입니다.

 

 

주식 투자의 신인 만큼,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라, 같은 답변을 예상했던 사람들로선 머쓱할 만한 답변이었죠.

 

왜 버핏은 이런 말을 했을 까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버핏의 투자 스타일을 보면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2천년 대 초반, IT 기업에 대한 묻지마 투자에 다들 열광할 때,

 

버핏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죠.

 

이미 투자한 사람들은 버핏을 세상 물정 모르는 노인네 취급했지만

 

몇 년도 지나지 않아 IT 버블이 꺼지면서 관련 기업 주가는 휴지 조각이 되었고.

 

또 한 번 버핏의 예언이 옳았음을 모두가 깨달았습니다.

 

버핏은 몇 십년 간 코카콜라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는데,

 

일전에 웰빙 열풍이 불면서 과일 주스 같은 웰빙 식품에 사람들이 다시 한 번 묻지마 투자를 시전하고 코카콜라는 한 물 갔다는 여론이 대세로 떠올랐지만

 

이 때도 버핏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죠.

 

지금 생각해보면 과일 주스도 사실 웰빙과는 거리가 먼 설탕 덩어리 주스에 불과한데 왜들 그렇게 찬양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웰빙 열풍도 시들해지면서 한 때 올랐던 웰빙 관련 주가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도로 돌아왔고

코카콜라는 여전히 세계 음료 시장 1를 차지하고 있죠.

 

보수적인 투자는 시대에 뒤쳐지고, 성장도 덜 할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버핏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보수적인 관점에서 버핏은 초등학생에게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을 권한 거구요.

 

물론 사업으로 부자가 된 일론 머스크 같은 천재들은 고개를 갸웃하겠지만

 

사실 전문직이야말로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하게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건 틀림 없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대다수 학부모들이 아이 사교육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거죠.

 

그런데 80년대 생으로서 요즈음 들어가는 사교육비를 보면 절로 뜨억 소리가 나옵니다.

 

15년 전인가, 중학생 수학 학원비가 70만원

 

영어 학원비가 80만원 이라는 말을 듣고 기함을 금치 못했는데,

 

요즘은 초등학생부터 이 정도 금액으로 시작하더군요.

 

하긴 돈 많이 버는 전문직 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들어가려는 사람이 많으니까 경쟁이 치열해지니 사교육 시장도 달아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 교육에 돈을 쓰는 건 당연히 옳고 좋은 일이지만 저 같은 아저씨의 눈으로 봤을 때는 이거 좀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20년전, 사교육비 0원이었던

굉장히 보수적인 이 꼰대의 경험담을 한 번 풀어보려 합니다.

 

제가 경험한 공부법이 옳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진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하지만 사교육비가 없어 고통스러워하는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지 않을까 싶어 용기 내어 글을 써봅니다.

 

아래부터는 읽기 편하게 음슴체로 쓰겠습니다.

 

*

 

한 달 10만원.

 

이게 내 중학생 때 한 달 학원비였다.

 

국영수사과 전부를 가르쳐주는 종합학원이었는데 규모가 꽤 컸다.

 

수준별로 얘들을 나눠나서 반이 열 몇 개나 있을 정도니 말 다했다.

 

알파벳으로 학생들을 나눴는데 B반까지는 중위권 학생이었고 A반부터 상위권 학생들이었다.

 

물론 그 중에서도 뛰어난 아이들을 모아놓은 S이 있었고 그 이상도 있었던 것 같은데 나와는 영 관련 없는 이야기였다.

 

소문에는 S반 이상의 아이들은 외고를 준비한다고 했는데 그들은 내게 있어 상상의 동물 기린이나 해태처럼 불가사의한 존재들이었다.

 

그저 우러러보고 신기해 할 뿐.

 

나도 그들처럼 될 수 있으리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학원 수업은 그럭저럭 열심히 들었지만 그렇기에 성적도 그럭저럭이었다.

 

어쩌다 딱 한 번 A반 들어갔다가 한 달 만에 미끄러진 기억이 난다.

 

학교 성적도 신통치는 않았다.

 

일반 중학교였는데도 불구하고 3년 동안 평균 80점을 넘은 적은 딱 2 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어린 마음에 부모님한테 혼날 까 무서워 도저히 보여드릴 수 없었다.

 

그래서 성적표에 받아와야 하는 부모님 싸인을 어설프게 그렸는데 선생님한테 걸릴까 봐 조마조마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지만 나는 그 사실을 부모님이 모를 거라 생각했고

 

그것이 내 어머니 나름의 배려라는 것을 한참 어른이 되고서야 깨달았다.

 

하지만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3학년이 끝나가는 즈음에 선생님이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고 했다.

 

고등학교 진학 상담 때문인 걸로 기억한다.

 

그날 어머니는 처음으로 3년 내내 감춰온 내 내신 점수를 확인하실 수 있었다.

 

200점 만점에 140점.

 

선생님한테 내 점수를 듣자마자 어머니 얼굴이 어두워졌다.

 

나는 등짝이라도 맞을까 잔뜩 겁먹었지만 어머니는 잔소리 한 마디 안 하셨다.

 

그저 세상 다 산 노인처럼 한숨만 푹푹 쉴 뿐이었다.

 

나중에 여쭤보니 당시 어머니는

 

‘이 놈이 대학은 갈 수 있을까 란 생각에 걱정이 태산 같았다고 했다.

 

나는 A시 사람이었는데 학생들 사이에 하던 우스개 소리가 있다.

 

A시 사람은 A대를 가야지!

 

A대는 빈 말로도 명문대라고 하기 어려우니 농담이 아니라 악담 수준인데

 

사실 내 성적으로는 A대도 들어가기 힘든 수준이었다.

 

될 놈은 떡잎부터 다르다는데 내 떡잎은 시들다 못해 누렇게 뜬 수준이었다.

 

하지만 S 고등학교에 들어간 그 날.

 

내 인생은 엄청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반응형

댓글